아기 고양이 ‘가지’의 우리집 적응 일기🐾
부산 본가에서 1세대부터 돌봐주던 길냥이 ‘까미’가 새끼를 낳았고, 또 걔네가 커서 새끼를 낳아 눈 깜빡해보니 고양이가 순식간에 6마리가 되어있었다…😂
길고양이 TNR도 신청했지만 타이밍도 늦어버렸고, 순식간에 6마리로 불어서 부산 본가 마당을 점령하고 있는 고양이들로 인해 엄마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아 했다.
특히 새끼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활기차게 돌아다니면서 마당에 있는 화분을 깨먹기도 하고… 마당이 난장판이 되는 건 흔한 일이었고.
엄마의 독촉에 고양이 카페에 입양 글도 올려봤지만, 경쟁도 나름 치열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래서 원래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던 내가 한 마리나 두 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키우기로 결심했다.
네 마리의 쪼꼬맹이들 중 유독 이쁘고 순했던 가지와, 그 어미인 ‘당근이’를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집에서 이런 저런 사정 얘기를 듣다보니 어미까진 당장은 힘들 것 같았다. 당근이가 꽤나 모성애가 강해서, 새끼들이 꽤 컸는데도 엄청 싸고 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근이를 데리고 오려던 계획은 다음을 기약하고 가지만 픽업해서 집으로 도착했다.☺️❣️
참고로 ‘가지🍆’ 라는 이름은, 가지의 어미의 이름이 ‘당근이’ 였기 때문에 (이것도 내가 지음 ㅎㅎ) 같은 농작물 계열로 해주고 싶어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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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오돌오돌 떠는 가지
가지가 처음 집에 온 날, 정말 많이 무서워했다.
엄청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다리로 여기저기 구석을 찾아 숨기 바빴다ㅠㅜ
구석에 몸을 바짝 숨기고, 울지도 못한 채 나를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애써 말을 걸어도, 밥을 슬쩍 밀어줘도 쉽게 다가오지 않고 밥도 먹지 않길래, 억지로 꺼내거나 하진 않고 마음을 열길 바라며 주변에 있어주다가 잠이 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부산 본가에서도 가끔 쓰다듬고 했기 때문에 적응 잘 할 줄 알았는데…
스트릿 출신이고, 부산 본가에서 사람들한테 많이 길들여졌었는데, 왜 이렇게도 무서워 하는 거니 ㅜ.ㅜ
아쉬워하면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깼는데, 그 와중에 주변에 놔준 밥은 다 먹었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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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악마 빙의
일요일에 급하게 부산에서 집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가지랑 단 둘이 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채로 나는 직장을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직장인 생활이 이래, 가지야. 니가 봐줘..😥
그리고나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지가 긴장이 풀린건지, 아니면 긴장을 더 한건지
그때부터 미친듯이 샤우팅을 하던…….
진짜 니가.. 그럴줄은 몰랐다. 얌전하기만 한 쪼꼬맹이인줄 알았는데.
옆에 있어 달라는 건지, 꺼지라는 건지-_- 가까이 가면 슬금슬금 피하려고 하면서,
멀어지면 또 샤우팅 해대는 가지..
전형적이고 매력적이지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고영이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안아서 둥가둥가도 해주고, 우르르 까꿍도 해주고 하면서 놀다가, 가지를 놔두고 노트북이 있는 식탁으로 왔더니, 가지가 내 발밑으로 와서는 얌전히 앉아서 고롱고롱 거리는게 아닌가…
😭 쪼끔 감동이었어. 우리 친해질 수 있겠지?


그리고는, 그 날 밤…
미친듯이, 그리고 정말 한 순간도 끊임없이, 아주 아주 시끄럽게 밤새도록 샤우팅을 해대서
이웃걱정, 잠 못드는 내 걱정, 가지 걱정과 소음 이슈로 한숨도 잠들지 못하고 출근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악마 빙의 수준이었음
다음 날 퀭해진 상태에서 출근을 하는데, 출근 길에 진심으로 앞으로의 나날들이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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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우리 친해졌어요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한 출근길, 나는 무엇보다 소음 이슈로 가지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일단 화요일 날의 밤샘 샤우팅은 충분히 민원이 들어오고도 남을만한 소음이었기 때문에.
관리소에서 전화 한번 오겠네.. 싶었는데 주변에 천사들만 살고 있는 건지, 다행스럽게도 누구에게도 민원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그 날 저녁에 혼자서 울고 있을 가지가 걱정이 되어서 반반차를 쓰고 급히 집으로 가지를 보러 가니, 가지는 갑자기 나를 보며 꽤나 상냥하게 울어댔다. 혼자 있느라 무서웠던 걸까..?
안아서 둥가둥가해도 얌전, 쓰다듬어줘도 얌전, 오히려 배 만져달라고 배를 까질 않나, 데리고 이불 안에 들어가니 꽤 안정감을 느끼는지 얌전하게 잠만 코오코오 자고 있었다. 굉장히 행복을 느꼈음
다만… 목이 많이 쉬었더라 ㅋㅋㅋ ㅠㅠ 얼마나 울어댔으면 가지야…
사실 장난감 주문해 놨었기 때문에 미친듯이 놀아주고 기운 빼놓으려고 (밤에 못 울게) 일찍 집에 온거였는데, 피곤했는지 계속 자길래 오히려 계획했던 건 못하게 되었다.
내 할일 하다가 밤에는 또 말똥말똥 깨어 있길래, 밤에 또 샤우팅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장난감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예상 외로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고, 장난감들이 낯설었는지 무서워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냥 소소하게 놀아주다가 같이 평화롭게 이불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가지의 우리 집 정착기는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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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야, 언니야가 갑자기 생활 환경을 바꿔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 앞으로 알콩달콩 잘 지내자 언니야가 잘해주께♥
앞으로의 기록과 가지와의 삶이 많이 기대가 된다.